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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렁이 이야기 3부] 지렁이는 왜 비 오는 날 보도블록에 나와 죽어 있을까?

greatclean 2026. 6. 30. 11:28

지렁이는 왜 비 오는 날 보도블록에 나와 죽어 있을까? 우리가 몰랐던 놀라운 진실 (3부 · 완결편)

 

 

1부에서는 지렁이가 비 오는 날 밖으로 나오는 이유를, 2부에서는 도시 환경이 지렁이에게 얼마나 위험한지 살펴보았다. 자료를 찾아볼수록 평소 무심코 믿어왔던 이야기들이 하나둘 흔들리기 시작했다. 마지막 편에서는 그동안 한 번쯤 들어봤던 지렁이에 관한 소문들을 직접 확인해보기로 했다.

가장 유명한 미스터리, 반으로 잘라도 두 마리가 될까

지렁이에 관한 질문 중 가장 유명한 이야기를 먼저 찾아봤다. "지렁이는 반으로 잘라도 두 마리가 된다"는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거의 대부분의 경우 사실이 아니었다.

왜 이런 이야기가 퍼졌는지 알아보니, 지렁이의 재생 능력이 워낙 뛰어나기 때문이었다. 몸 앞쪽 일부가 손상되면 잃어버린 조직을 어느 정도 다시 만들어낼 수 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일부 조직의 재생일 뿐, 몸이 정확히 반으로 잘렸다고 해서 앞부분과 뒷부분이 각각 새로운 개체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어느 쪽이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을까. 지렁이의 중요한 기관들, 그러니까 뇌 역할을 하는 신경절과 입, 주요 장기는 대부분 몸 앞쪽에 모여 있다. 그래서 앞부분이 충분히 남아 있다면 생존할 가능성이 있지만, 꼬리 부분만 남으면 먹이를 먹을 수도, 장기를 재생할 수도 없어 결국 죽음을 맞는다. 오랫동안 믿어온 이야기치고는 다소 허무한 결말이었다.

눈도 귀도 없는데 어떻게 위험을 알아차릴까

지렁이에게는 눈이 없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못 보는 건 아니었다. 피부 곳곳에 빛을 감지하는 세포가 있고, 특히 머리 부분이 민감하다. 그래서 손전등을 비추면 빛을 피해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햇빛을 유난히 싫어하는 이유도 여기서 비롯된다. 햇빛은 곧 건조와 탈수, 결국 죽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걸 본능적으로 느끼는 셈이다.

귀가 없는데 진동은 어떻게 느끼는지도 궁금했다. 비가 오거나 사람이 걸어갈 때, 지렁이는 몸 전체를 하나의 센서처럼 사용해 땅의 진동을 감지한다. 삽질 소리, 발걸음, 새가 내려앉는 충격, 두더지가 움직이는 진동까지도 비교적 빠르게 알아차린다고 한다.

세상에서 가장 큰 지렁이는 얼마나 클까

우리가 흔히 보는 지렁이는 보통 10~20cm 정도다. 그런데 세계에는 훨씬 거대한 종도 있었다. 호주에는 길이가 2~3m까지 자라는 거대 지렁이가 발견되며, 굵기도 사람 손목만 한 경우가 있다고 한다. 물론 매우 희귀해서 평생 한 번도 보지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이런 종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신기했다.

한국에도 한 종류만 있는 게 아니었다. 사는 장소도 종마다 다른데, 어떤 종은 낙엽층 가까이에서, 어떤 종은 깊은 흙 속에서 생활한다. 먹이도 조금씩 다르고, 이런 다양성 덕분에 토양 전체가 건강하게 유지된다고 한다.

지렁이도 잠을 잘까

사람처럼 깊은 잠을 자지는 않지만, 활동이 줄어드는 휴식 상태는 있었다. 낮에는 흙 깊숙이 숨어 활동을 크게 줄이고, 밤이 되어 습도가 높아지면 다시 먹이를 찾아 움직이기 시작한다. 지렁이도 나름의 생활 리듬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폭우가 쏟아지면 정말 익사할까

여기서 1부와 2부에서 다뤘던 익사설을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었다. 적당한 비는 지렁이에게 좋은 환경이지만, 폭우는 이야기가 달랐다. 토양이 완전히 물에 잠기면 산소가 부족해질 수 있고, 이런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실제로 지렁이가 지표면으로 올라오는 경우가 많았다. 즉 "익사를 피하기 위해 나온다"는 설명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지만, 주로 토양이 장시간 침수된 극단적인 상황에 해당하는 이야기로 이해하는 편이 더 정확했다.

낙엽을 치워주는 자연의 청소부

숲에서 떨어진 낙엽은 누군가 치우지 않으면 계속 쌓이기 마련인데, 그 역할을 묵묵히 해온 게 바로 지렁이였다. 낙엽과 죽은 식물, 유기물을 먹고 잘게 분해하면, 그 배설물은 식물이 흡수하기 쉬운 형태의 영양분으로 바뀐다.

그래서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지렁이 분변토를 매우 귀하게 여긴다. 영어로는 '웜 캐스팅(Worm Casting)'이라 부르는 이 흙은 유기물이 풍부하고 미생물이 많으며 수분 유지력이 좋아, 친환경 농업에서 매우 가치 있는 자원으로 쓰인다.

비 온 다음 날 유독 많아 보이는 이유

사실 지렁이는 평소에도 많다. 우리가 못 볼 뿐이다. 그런데 비가 오면 수많은 지렁이가 동시에 이동을 시작하고, 보도블록과 아스팔트, 자전거도로 같은 한정된 공간에 한꺼번에 모이다 보니 "갑자기 엄청 많아졌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었다.

그동안 믿어왔던 오해들

여기까지 자료를 정리하다 보니, 그동안 사실처럼 믿어왔던 이야기들이 꽤 많았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비만 오면 모두 익사해서 나온다는 말은 일부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맞지만, 이동과 번식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이유였다. 지렁이를 흔히 벌레라 부르지만, 사실 곤충이 아니라 환형동물이다. 눈이 없다고 알려져 있지만 빛은 분명히 감지하고, 귀가 없는 대신 진동은 꽤 예민하게 느낀다. 반으로 자르면 두 마리가 된다는 이야기는 앞서 확인했듯 사실이 아니었다. 아무 흙에서나 산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토양 상태를 꽤 까다롭게 따진다. 그리고 쓸모없는 생물처럼 여겨지지만, 토양 생태계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존재였다.

길에서 마주친다면

이쯤 되니 처음 보도블록 위에서 봤던 지렁이들이 전혀 다르게 느껴졌다. 만약 아직 살아 있는 지렁이를 발견했다면, 가능하면 가까운 흙이나 화단으로 옮겨주는 것이 좋다. 다만 강제로 던지거나 마른 흙 위에 올려놓는 것은 피해야 한다. 조금의 도움만으로도 다시 흙속으로 들어가 살아갈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다.

작은 생명이 만들어온 큰 세상

우리는 종종 지렁이를 더럽고 징그러운 생물로 여긴다. 하지만 조금만 시선을 바꾸면 전혀 다른 모습이 보인다. 수천만 년 동안 토양을 갈아엎고 낙엽을 분해하며 식물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왔고, 수많은 생명의 먹이가 되어준 존재다. 만약 지구에서 지렁이가 모두 사라진다면 숲의 모습은 지금과 크게 달라질 것이다. 흙은 점점 단단해지고, 유기물 분해 속도는 느려지며, 식물의 성장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우리 눈에는 그저 작은 생물이지만, 생태계 안에서는 거대한 역할을 맡고 있었던 셈이다.

시리즈를 마치며

비가 그친 다음 날 아침, 보도블록 위에서 마주치는 지렁이는 단순히 길을 잘못 든 생물이 아니었다. 더 나은 환경을 찾아 이동하고, 번식하고, 살아남기 위해 위험을 감수한 작은 여행자였다. 다만 인간이 만든 도시의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는 그들에게 끝없는 미로이자 빠져나오기 어려운 함정이 되고 만다.

다음에 비가 온 뒤 길을 걷다가 지렁이를 보게 된다면, 잠시 발걸음을 늦춰봐도 좋겠다. 무심코 지나치는 작은 생명 하나가 흙을 비옥하게 만들고, 숲을 건강하게 유지하며, 수많은 생물의 삶을 이어주는 중요한 연결고리라는 사실을 떠올린다면, 평범한 출근길 풍경도 조금은 다르게 보일 것이다.